읽지 않는 이유는 게으름이 아니다.

책을 사는 순간 이미 만족해버리는 심리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책을 ‘사는 행위’ 자체에서 이미 일정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책을 고르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것 같은 기대와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먼저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이미 보상을 받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책을 펼쳐야 할 동기가 약해진다. 그래서 책을 사 놓고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책이 나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살 때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은 모습의 자신을 상상한다.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될 것 같고, 삶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면 그 변화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읽는 과정은 생각보다 느리고 반복적이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책을 읽는 행위는 미뤄지게 되고, 결국 책은 ‘언젠가 읽을 목록’으로만 남게 된다.
완벽한 독서를 하고 싶다는 부담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경우가 많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완벽주의적인 독서 기준은 오히려 책을 펼치는 첫 행동을 어렵게 만든다. 부담이 커질수록 시작은 늦어지고, 책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 책일 수도 있다
책을 안 읽는 이유가 책 자체의 문제인 경우도 많다. 책을 샀을 당시의 관심사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면 그 책은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샀다는 이유로 억지로 읽어야 한다고 느끼면 독서는 부담이 된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책이 아닌 상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사는 습관과 읽는 습관은 다르다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책 구매는 순간의 선택이지만, 독서는 반복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읽는 습관은 따로 만들어야 하고, 구매와 독서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책을 사는 것을 줄이기보다, 이미 가진 책 중 한 권만 가볍게 펼쳐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책을 사기만 하고 안 읽게 되는 심리는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기대, 만족감, 부담, 상황 변화 같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결과다. 중요한 것은 읽지 않은 책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시 책과 연결되는 것이다. 한 페이지라도 펼쳤다면, 그 순간부터 독서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